'한 다리 건너면 모두 아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회적인 관계망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일 테지만, 살아가다 보면 처음 본 사람에게서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지인이 있어 놀라는 경우가 있는 것을 보면 사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개념이 확률적으로 어떻게 정의되고 있는지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안정적인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사람의 수는 150명 - 던바의 정리
평소 내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사람의 수는 얼마나 될까요? 여기에는 영국의 인류학자인 로빈 던바(Robin Dunbar)가 제안한 '던바의 수(Dunbar's Number)가 주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던바는 인간의 뇌 용량에 따라 인간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의 수를 정의하고 있는데,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 수를 150명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150명은 단순히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접촉하거나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를 말합니다.
던바는 인간의 사회적 관계망이 단층적이라고 주장하는데 사람 명수에 따라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범위를 한정하고 있습니다.
- 5명 : 가장 가까운 사람(가족, 절친)
- 15명 : 아주 친한 친구
- 50명 : 꽤 가까운 지인
- 150명 : 안정적으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
- 500명 : 이름 정도 아는 사람
- 1500명 : 얼굴 보면 아는 사람
이러한 이유로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이라는 개념을 확인하기 위해 내가 아는 사람의 수를 150명으로 정의합니다. 이에 따라서,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의 문제를 정의하는 방법은 내가 아는 사람의 수 X 지인이 아는 사람의 수 X (1-중복률)로 정의됩니다.
중복률은 나도 알고 지인도 아는 사람이 겹칠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 만큼의 사람 수를 빼는 것인데, 많은 연구나 모델링에서 20~50% 사이 값을 다양하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중 0.2는 두 사람이 모두 아는 지인이 그나마 덜 겹칠 경우를 상정한 숫자이고, 중복률이 높을수록 사회 연결망이 조밀해져서 서로 알고 있는 사람이 동일할 경우가 많아짐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150명과 0.2의 중복률을 가지고 실제 계산을 해보면, 150 X 150 X (1-0.2) = 18,000명이라는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즉, 내가 지인을 통해 한 다리 건너서 알 수 있는 사람이 18,000명에 이른다는 이야기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일 확률은 극히 낮습니다.
18,000명은 어떻게 보면 많은 숫자로 보이지만, 5천만 인구에 대비하여 확률적으로 계산하면 약 0.036%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숫자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일 확률이 0.036% 정도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그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적어도 같은 도시의 사람, 혹은 같은 학교의 사람, 어떤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에 대해 적용하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도 전체 인구인 5천만 명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범위를 좁히면 그 확률이 증가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말에도 확률적으로 접근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예시를 말씀드렸습니다.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기에 확률적인 접근보다는 인정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이 더 와닿겠지만 던바의 정리와 간단한 확률을 통해 문제를 정의할 수 있다는 것에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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