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탐색 이론의 중요 요소인 사전 위치 확률과 사후 위치 확률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석사 과정을 시작하기까지의 선택 과정을 통해 나의 선택이 이 확률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겠습니다.
문과에서 이과로, 쉽지 않았던 선택의 기로 - 사전 위치 확률
저는 사실 대학 때까지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문과생이었습니다. 문학 학사로 졸업한 이후 7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저에게는 깊은 고민이 생겼습니다. '나는 과연 제대로 된 어른으로서의 공부를 한 적이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고, 조금 더 풍성한 인생을 위해서는 석사라는 도전을 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사회적으로는 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이 사회 이곳저곳에서 화두로 오르내릴 때였습니다. 자연히 저도 그쪽으로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것이 사실이었지만, 평생 문과로서 생활해 온 저에게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문제였기도 했습니다. 학부 시절의 전공을 살려서 한 우물을 파는 것이 좋을지,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것이 좋을지, 그것도 아니면 석사가 아닌 자격증 같은 실무 영역을 건드려보는 것이 좋을지 잘 판단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이과 영역 쪽으로 발을 딛게 되면서 확률과 탐색 이론이라는 새로운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당시의 선택은 몇 개월간 과연 이게 맞을까 하며 스스로 생각해 보는 일이 많았던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어떤 길을 선택하는 것' 그 자체를 확률에서는 사건(Event)이라고 지칭합니다. 위의 그림처럼 네 갈래의 길에서 만일 내가 1~4까지 적힌 종이를 가지고 제비 뽑기로 길을 정하겠다고 한다면, 각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너무나 쉽게 알 수 있듯이 각 확률은 1/4, 즉 0.25의 확률 값을 가질 것입니다. 이때 각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 x_1, x_2, x_3, x_4 $$라고 하고, 이들이 모여 있는 집합을 X라고 표현할 수 있고, 아래와 같이 각 사건들이 일어날 확률을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 P(x_i) = 0.25 (i = 1, 2, 3, 4,) $$
쉽게 말해 내가 갈림길을 선택할 확률은 25% 임을 나타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탐색 이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탐색자의 입장에서 4개의 사각형에서 아무런 전제 조건이 없다면 그중 하나를 선택할 확률은 모두 25% 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주어진 환경이 어떠한지에 따라 선택의 방향은 천지차이가 될 수 있습니다. 이과로서 발을 들여놓는 것보다 익숙한 문과로서의 길을 가는 것이 더 마음에 끌렸던 것처럼, 목표가 더 존재할 것 같은 곳을 먼저 탐색하는 것이 탐색자의 입장에서는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탐색 이론에서는 탐색자의 입장에서 목표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을 경우 각 구역에 똑같은 확률로 존재할 것이라고 '가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구역에서의 최초 표적의 위치 확률(정확히는 사전 위치 확률)은 똑같은 값을 가지게 됩니다. 이렇게 각 사건(확률 변수)마다 동일한 확률 값을 가지는 것, 그리고 그것을 숫자, 그래프 등으로 표시하여 그 분포를 나태는 것을 확률 분포라고 하는데, 위와 같이 똑같은 확률을 가지게 된다면 '균등 분포'를 따른다고 부르게 됩니다.
다만, 목표에 대한 어떠한 정보가 개입이 된다면 당연하게도 사전 위치 확률은 균등 분포를 따르지 않을 것이고, 실제 탐색 문제에서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입니다.
어려웠지만 찾은 내 공부 적성 - 사후 위치 확률
처음 이과로서 발을 디디고 나서 무수한 도전을 겪게 되었습니다. 처음 접해보는 미적분부터, 기초 지식 밖에 없었던 통계학, 그리고 순수 학문에 가까운 확률에 이르기까지 무엇하나 쉬운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겪게 난 지금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시각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는 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나름 수학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이제 다시 갈림길이 나온다고 가정하면, 혹은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한다면 과연 그 확률들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네 가지 갈림길 중 똑같은 확률로 목표가 존재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미 걸어가 본 길이 있기 때문에 그 길에 그 목표가 있었는지, 아니면 없었는지를 확인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르게는 그 길을 가보았지만 희미하게 느껴지는 목표로 인해 다시 그 길을 선택해야 그 목표가 선명해질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나의 선택으로 인해 목표가 존재할 확률이 바뀐 것, 그것을 사후 위치 확률이라고 부릅니다.
탐색자가 하나의 구역을 탐색한 이후 업데이트 된 목표의 위치 확률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대신 탐색자는 한 번의 탐색만으로도 목표를 탐지할 수 있는 확률, 즉 탐지 확률이 1인 경우가 아니라면 이미 탐색한 구역이라고 할지라도 그 구역에 목표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다음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한 우물을 계속 파서 여기에 진짜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 후에 다른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폭넓게 모든 것을 경험해 보며 진짜 목표를 찾아 나갈 것인지, 그러한 모습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탐색 이론에서는 수학적으로 최적의 탐색 경로를 선택하는 방법((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에서도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최적해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솔루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