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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의 귀환한 항공기 보강 이야기(편향 3)

by all about life 2025. 4. 13.

이번 글에서는 또 다른 편향의 한 종류인 통계의 오류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상황을 판단하게 되면 심각한 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제2차 세계대전에서 있었던 일을 통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시 귀환한 항공기를 조사하여 기체를 보강, 중요한 요소가 빠진 편향 이야기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 장군들은 전투 중에 복귀한 항공기들의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기체의 어떤 부분을 보강해야 할지 논의하였다고 합니다. 연합군 장군들은 항공기 기체에 생긴 탄환의 흔적을 보고 그곳이 공격을 받기 쉬운 부위, 탄환이 뚫릴 만큼 약한 부위라고 판단하고 기체 보강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한 와중에 컬럼비아의 통계학자 '아브라함 발트'가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생존자 편향'이라며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을 하게 됩니다. 발트의 지적은 이렇습니다.
 
첫째, 연합군 장군들의 판단 근거가 되는 샘플(데이터)들이 생존하여 복귀한 항공기에 한정되어 있다.
둘째, 귀환한 항공기의 탄흔이 집중된 곳은 피격이 되어 생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부위이다.
셋째, 따라서 보강해야 할 부분은 오히려 탄흔이 없는 부위인 엔진이나 조종석이 되어야 한다.
 
격추되어 복귀하지 못한 항공기를 고려하지 않고 귀환한 항공기를 중심으로 문제의 현상을 분석함으로써 생기게 된 오류를 잘 지적한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어떠한 사고에 고착되거나 편향된 시각을 가지게 된다면, 심각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변의 권유와 분위기에서 오는 압박감, 자녀를 키울 때도 생기게 되는 편향

 



자녀를 키우면서도 유사한 일들이 많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 집을 졸업한 이후 유치원에 들어가게 되면서 많은 가정에서 이런 고민들을 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영어 유치원을 보낼까? 아니면 일반 유치원을 보내고 영어 학원을 보낼까? 다른 공부를 슬슬 시작해야 되는 것 아닐까? 가정 방문 학습지를 해야 한다는데 우리 아이도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질문들이었습니다.
 
평생을 지방에서 살던 제가 서울에서 살다 보니 저로서는 낯설었지만, 주변은 이미 이런 분위기가 익숙한 것 같았습니다.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은 걱정 속에서 '뭐라도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생기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뛰어놀면서 커야 한다'와 '빨리 시작하지 않으면 늦는다'는 가치관의 차이에서 부부간의 의견 다툼도 단골 주제입니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직 충분한 샘플들이 확보되지 않은 시점이다'라는 것입니다. 뛰어놀면서 자란 집단과 어릴 때부터 충실하게 공부를 해온 집단의 데이터들이 충분히 수집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막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정도의 집단이 유사한 분위기에서 자랐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것이 맞다 틀리다의 관념을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은 두 집단의 결과 값 차이를 어떻게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상위권 대학 진학 여부를 볼 것인지, 직업에서 연봉 수준의 차이로 볼 것인지, 각 개인의 행복도로 볼 것인지 그 차이 값들에 대해 설계하기가 너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한 사교육 비용이 수능 점수 획득에 미치는 영향, 연봉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수치로 그 원인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실험에 국한해서 설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 유치원을 다니고 있는 제 아이의 주변 환경을 보면, '지금부터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아이들보다 늦을 것이다'는 부모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그것을 신경 쓰지 않을 부모는 당연히 없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사교육은 안 해도 되고 하더라도 본인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라고 생각은 하지만 '진짜 아무것도 안 해도 될까?' 하며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도 사실입니다.(그래서 많은 상의 끝에 금전적인 부담이 따르더라도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유치원에는 보내자는 결론이 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영향 때문에 우리는 '편향'이라는 시각이 생기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모두'가 하기 때문에 당연히 나도 해야 지하는 생각과, '하지 않으면 늦는다' 혹은 '하고 나니 확실히 아이의 수준이 올라갔다'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경험담으로 인해 본인의 사고도 굳혀가는 것입니다.
 
여전히 어떤 것이 맞고 틀린 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모든 부모들이 그렇듯 아이의 더 나은 미래와 행복을 위해서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임에도 이게 최선의 선택은 맞는지 스스로 의심스러워하는 좌충우돌 합니다. 누군가 완벽히 실험을 해서 아이들의 잠재된 능력이 최대화될 수 있는 교육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들리는 것만 가지고 상황을 판단하게 되면 편향이라는 감옥에 갇히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편향에서 벗어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상황을 들여다 봐주지 않으면 알아차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균형된 시각을 갖추기 위해 편향을 경계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현상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