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수히 많은 정보 속에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쏙쏙 골라낼 수 있는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정보가 오히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찾아보게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이 발생하고는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 자녀의 간헐성 외사시 진단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편향되게 생각하게 되는지를 알게 된 편향의 오류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동네 병원에서 진단받은 아이의 '간헐성 외사시'
저는 이제 5살이 된 딸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오늘은 저희 딸의 '간헐성 외사시' 진단을 받기까지의 이야기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일상생활 중에 딸아이가 윙크를 하듯이 한쪽 눈을 찡긋하는 경우는 자주 있었습니다. 윙크를 하는 것인 줄 알고 마냥 귀엽게만 보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자세히 살펴보니 윙크를 한 눈이 떠지면서 끝쪽으로 가 있던 눈동자가 서서히 돌아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며칠을 관찰해 보니 한쪽 눈이 자주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윙크하는 것이라고만 하고, 왜 그런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서 아이에게 윙크하지 말라고 타이르고, 애꿎은 아이만 타박했던 것입니다.
우선 진료부터 받아보자 생각해서 동네에 있는 안과를 바로 찾아가 보았습니다. 시력 검사를 한 이후에 선생님의 진찰이 있었고, 의사 선생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간헐성 외사시입니다. 현재 각도가 많이 벌어져 있지는 않은데, 수술이 필요한 최소한의 각도인 18도 정도입니다. 우선 상급 병원 진료 의뢰서를 써 드리겠습니다. 우선 상급 병원에 진료를 받는 것부터가 먼저입니다."
'수술'과 '큰 병원'이라는 단어에서는 중압감으로 인해 선생님께 제대로 된 질문도 못하고 진료를 마쳤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걱정이 눈앞을 가렸습니다.
쉽지 않은 상급 병원 예약, 행복한 착각에 사로 잡히는 시간
상급 병원 예약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예약을 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진료를 받기까지 수개월 길게는 1년이 걸릴 정도로 오랜 기간을 대기해야 합니다. 그러한 시간이 길기 때문에 걱정의 마음이 더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네의 다른 병원에서 진찰을 또 받아본 것도 사실입니다.
상급 병원 진료까지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부모로 당연하겠지만 간헐성 외사시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합니다. '수술은 비교적 간단하다', '10세 이전에 수술해야 보험 적용이 가능하며 이후는 미용의 영역에 속한다' 정도가 눈에 띄는 정보였습니다. 수술이 간단하다고 하지만 수술 이후 안대를 착용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한 아이의 사진을 보면서 수술까지 시켜야 되는 걸까? 하는 마음도 무럭무럭 생겨납니다.
그러면서 자연히 '자가 교정', '자연치료'와 같은 후기들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자신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 자연적으로 교정되는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우리 아이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몰입하게 됩니다. '어린아이에게 수술보다는 자연 교정이 답이겠구나!' 하는 생각에 점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또 자가 교정 방법을 열심히 찾아보면서 과학적, 의학적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글들 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드디어 상급 병원 진료일이 되었습니다. 선생님도 수술보다는 교정을 먼저 제시해 줄 것이라고 착각에 빠진 상태로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그 큰 병원에 안과 진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진료 시간보다 30분 먼저 도착하라고 했던 이유를 알았습니다.
처음 시력 검사 등 이런저런 검사를 먼저 진행하는데 대기 줄이 워낙 길어서 최소 30분을 먼저 와 그 검사들을 마쳐야 했던 것입니다. 검사를 다 하고 나면 선생님을 만나게 됩니다. 선생님께서 진료를 마친 이후, "의도적으로 외사시를 일으키는 방법으로 확인해 봤는데, 간헐성 외사시가 맞습니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그동안 준비해 둔 질문들을 선생님께 던집니다. "선생님, 이 간헐성 외사시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까?"
선생님은 "시선이 분산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주 넘어질 수도 있고, 공부를 할 때 집중력이 떨어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 영향이 있어서 수술을 권장하는 편입니다."라고 대답해 주십니다.
그리고 기대를 가지고 이어지는 저의 질문은 "선생님 아이가 크면서 자연스럽게 나아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 교정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던데... 저희 아이도 그렇게 나아질 수 있는 것이겠죠?"였습니다.
선생님은 "그런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닌데, 10% 정도로 확률이 낮습니다."라며 크게 기대를 안 하는 것이 좋다는 듯한 말씀에 그동안 생각해 왔던 머릿속 사고들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며 점차 키우게 되는 편향의 위험성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난시가 있으니, 우선 난시를 조정해 주는 안경부터 써보도록 하자. 난시로 인해 눈이 불편해서 나타나는 증상일 수 있다."는 소견에 따라 다음 진료 예약을 잡고 병원을 나섰습니다.
'편향'의 사전적 의미는 '한쪽으로 치우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통계학에서 실험 설계 등을 할 때 주의하는 요소 중 하나도 바로 이 '편향'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실생활에서도 '편향'된 시각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영양제를 구매하고자 할 때, 우선 그 영양제를 사서 효과가 있었다는 후기들을 보면서 어떤 효과를 기대하게 됩니다. 효과가 있다는 후기들이 많을수록 이 영양제는 효과 있는 영양제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영양제를 복용하더라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던 사람들은 몇 명인지를 간과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영양제를 복용 후 효과가 없어 관심을 점차 잃게 되고 후기를 남기지 않을 경향성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제 아이의 간헐성 외사시의 경우도 유사합니다. 자연적으로 교정되지 않은 사람들은 그 경험담을 인터넷상에 게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교정이 된 인원수가 10%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나의 아이도 수많은 자연 교정 사례처럼 그 케이스에 포함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통계학에서 '편향'의 오류, '통계'의 오류 등으로 부르고 경계해야 되는 요소로 지목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부모들이 그렇듯이 저는 오늘도 우리 아이가 수술 없이도 잘 교정이 되길 바라는 어쩔 수 없는 부모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