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대하는 태도가 남았습니다
금융지식보다 오래 남았던 생각에 대하여
경제 공부를 조금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금융·경제 관련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금리가 무엇인지, 주식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돈은 어떻게 굴려야 하는지.
그런 지식을 하나라도 더 얻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읽었던 책 중 하나가 존 리의 『금융문맹 탈출』이었습니다.
제목부터 제가 원하던 것과 잘 맞았습니다. 금융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책을 덮고 나니 예상과 조금 달랐습니다.
정작 가장 오래 남은 것은
돈을 바라보는 제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저자 : 존 리
출판 : 베가북스
출간 : 2020년 10월
처음에는 정말 '공부'하려고 읽었습니다
책에는 금융문맹이라는 개념부터 주식투자, 장기투자, 연금, 자녀의 금융교육, 집을 소유하는 것에 대한 생각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처음에는 저도 그런 내용을 배우려고 읽었습니다.
경제 용어를 조금 더 알고, 투자에 대한 지식도 조금 더 쌓이면 돈을 잘 다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을 생각해보니 의외로 특정한 금융용어나 투자 방법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질문이 남았습니다.
돈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었을까?
돈을 많이 아는 것과 돈을 잘 대하는 것은 다를 수 있습니다
돈에 대해 공부하다 보면 자꾸 정답을 찾게 됩니다.
어떤 주식을 사야 하는지, 집은 언제 사야 하는지, 대출은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 얼마를 모아야 안심할 수 있는지.
저 역시 그런 답을 알고 싶어서 경제 공부를 시작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보다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는 왜 돈을 모으려고 하는지.
그리고 돈 때문에 내가 지나치게 조급해지고 있지는 않은지, 남의 선택을 보고 내 선택까지 흔들리고 있지는 않은지 말입니다.
누군가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만 기회를 놓친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주변에서 집을 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지금 당장 사야 하는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반대로 시장이 크게 떨어지면 어제까지 가지고 있던 생각이 하루 만에 흔들리기도 합니다.
결국 돈에 관한 결정에는 숫자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불안과 욕심, 비교하는 마음도 함께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글을 쓰면서도 이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요즘 생활경제 글을 쓰면서 주택담보대출이나 청약, 주식 이야기를 자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숫자만 보면 답이 간단해 보일 때가 있습니다.
대출을 줄이면 DSR에는 유리할 수 있고, 현금이 많으면 주택을 살 때 선택지가 넓어집니다. 주가가 오르면 수익이 늘어납니다.
그런데 실제 사람의 선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대출을 모두 갚으면 마음은 편해질 수 있지만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집값이 더 오를 것 같다는 생각에 서두르다 보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자금 범위를 넘어설 수도 있습니다.
주가가 크게 떨어질 때는 무섭다가 다시 올라오기 시작하면 이번에는 너무 일찍 팔까 봐 걱정합니다.
결국 금융지식이 필요한 이유도 단순히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내가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지는 알고 선택하는 것.
남들이 한다는 이유만으로 따라가지 않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생각해보는 것.
저는 요즘 이것도 금융 공부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의 모든 주장에 동의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이 책에는 저자의 투자 철학이 비교적 분명하게 담겨 있습니다.
주식투자를 바라보는 방식이나 집을 반드시 소유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한 문제 제기처럼 독자에 따라 생각이 달라질 만한 부분도 있습니다.
저 역시 책에 나온 이야기를 모두 정답처럼 받아들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래서 괜찮았습니다.
책 한 권을 읽었다고 투자 방법이 결정될 필요도 없고, 저자의 생각과 내 생각이 모두 같을 필요도 없으니까요.
중요한 건 책을 읽기 전에는 하지 않았던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게 됐다는 것이었습니다.
금융문맹에서 벗어난다는 건 무엇일까
처음에는 금융문맹에서 벗어난다는 말을 금융용어를 많이 아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금리와 복리의 차이를 알고, 주식과 채권을 구분하고, 경제 뉴스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말입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거기에 한 가지를 더 붙이고 싶습니다.
돈에 대한 선택을 할 때 내가 왜 이런 결정을 하려는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것.
남들이 모두 집을 산다고 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주가가 오른다고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왜 투자하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하는 것.
어쩌면 이런 태도도 금융문맹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과정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 삼전닉스 이제 좀 오르나 했는데 추석 연휴|국장은 쉬고 미장은 움직인다
『존리의 금융문맹 탈출』을 읽기 전에는 금융 공부를 하면 돈에 관한 답을 더 많이 알게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읽고 나니 오히려 질문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나는 돈을 왜 모으려고 하는 걸까.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을 아는 것과 돈에 끌려가지 않는 것은 꽤 다른 문제였습니다.
금융지식을 배우려고 펼친 책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가장 오래 남아 있는 것은 돈을 바라보는 제 태도에 대한 생각입니다.
그래서 경제 공부를 계속하더라도 숫자와 용어만 공부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돈을 어떻게 불릴 것인가와 함께 나는 돈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지도 가끔은 돌아보려고 합니다.
※ 이 글은 『존리의 금융문맹 탈출』을 읽고 개인적으로 느낀 점을 정리한 글입니다. 특정 투자 방법이나 금융상품을 권유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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